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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하고 지난 시간들Life/Thinking 2019. 3. 10. 19:40
군 입대
2018년 5월 14일 오후 2시,
1700여명이 넘는 전국의 수많은 빡빡이들과 함께 육군 논산 훈련소로 입대 했다. 요즘은 군대도 빨리 다녀오는게 좋다고, 이미 초중고 할 것 없이 친구들은 이미 전역을 앞둔 애들도 많은 상태. 스물 두 살의 나이에 나라의 부름에 답하게 된 나는, 원래 공군에 가려고.. 세 번을 신청했다. 두 번은 1차 점수에서 불합. 마지막은 2차 면접까지 본 후 점수를 합산해서 불합. 솔직히 진짜 속상하고 화가 나더라. 내가 원해서 가는 것도 아닌데 세 번이나 거절 당하다니..
혹시나 이번에도 떨어지면 너무 늦어질까 싶어 같이 지원해 넣은 육군 특기병 모집. 육군은 그냥 무조건 붙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군은 떨어지고 덜컥 붙어버린 육군 모집병 결과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 뭐 어쩌겠나. 가야지.
무서운 병무청
결과를 통보 받은 건 유럽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그 주 였다. 여행에 너무나 들떠있던 마음을 한 순간에 잠재워버린 강력한 힘을 가진 소식이었달까.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사람처럼 하루 하루 보내며 살아갔던 나의 모습. 그래도 입대 전에 이곳 저곳 여행하는 것, 알바 하는 것,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 것 등 알차게 보내려 노력했던 걸 생각해 보면 그래도 후회는 없(
을 수가 없)다.거의 모든 대한민국의 젊은 남자 청년들이 겪고, 감당해야만 하는 국방의 의무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최대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쩌겠나.. (한숨)
그래도 중학교 동창과 같은 날, 같은 보직으로 신청 했기에 같은 생활관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어서 5주 간의 동반 입대를 체험할 수 있었다. 지원했던 보직은 육군 특기병 '기록통신장비운용병'. 쉽게 말해 '팩스병'이다. 팩스를 보내고 받는, 그런 보직이 실제로 존재 했다.
논산은..
논산 입대 사진. 사진 어딘가에 내가 있다.
진짜 사진만 다시 봐도 너무 막막하고 답답했던 그 때 그 순간의 기억이 생생하다. 이등병 이라는 계급 달기까지의 시간이 어쩜 그리도 긴지. 훈련소를 다시 가면 복무 기간을 몇 배 줄여준다고 해도, 솔직히 그건 싫다. 사람마다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훈련소는 정말이지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치만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훈련소에서도, 자대 가서 몇 달간도 막상 기분은 별 감흥이 없었다. 현실을 부정하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유럽 여행 갔을 때의 기분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말도 안돼는 과한 표현 같지만 정말 그랬다. 여행 온 것 같은 기분.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는지, 많은 분들의 기도 덕분인지.. 그 점은 나에게 지금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다만..
약 5주간의 기본 군사훈련을 마친 뒤. 드디어 수료했다. 자대 가면 제일 신병일텐데, 그 이등병 약장이 그렇게 좋더라. 사실 후반기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수료식날 병무청에서 온 자대 배치 결과 카톡을 보고 깨닫게 되었다. 내 보직은 후반기 교육이 없는 보직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대는 양주시에 있는 모 부대로 배치 받았다. 의정부가 집인 나로서는 매우 감사한 일!
집 떠나와 열차타고..
연무대역, 매주 목요일 붐비는 핫플레이스
논산 훈련소로 입대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기차 타고 갔던 사람이라면 기억할 장소, 연무대역. 수료한 이틀이 지나고 목요일 아침이 되면 의류대에 짐을 가득 싸서 연무대 역까지 걸어간다. 도시락 하나는 꿀맛이었다. 내가 탔던 열차는 쭉 가서 한강을 건너고, 노량진을 지나, 청량리를 거쳐 퇴계원역에서 하차했다. 서울권에 진입했을 때 부터는 익숙한 풍경이 보였고, 매주 주말마다 지나갔던 퇴계원 역에서 내리니 감회가 새롭고..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거기부터는 다른 사단에서 오신 중위 분이 스타렉스에 태워 자대에 내려주고 가시더라.
아무튼 지금,
뭘 했다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다.
지나치게 긍정적인가. 이제 상병이잖아.자대 오자마자 1주일 만에 가장 큰 훈련을 하고, 중간에 전산병으로 보직 변경도 있었고, 막사 이전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 지내다 보니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다.지금에서야 티스토리를 다시 켜고 정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일단 군생활을 하며 많이 적응도 했고, 좀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은 것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일과 후 병 휴대폰 사용' 지침으로 인해 항상 만석이었던 사지방 이용률이 거의 0에 수렴한다는 것. 덕분에 사지방을 이용해 오랜 시간 글을 쓸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일단, 앞으로 나는
스스로 인생을 돌아보고 설계하면서, 내 꿈이 무엇일까도 생각 해보고 또 정리해 보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시 티스토리를 켰다. 그리고 가장 우선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여행기 정리하기. 입대하기 3주 전인 18년 4월에 다녀왔던 유럽 여행기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도 아직 절반도 완성이 안되어 있다는 것. 항상 시작을 하고 끝 마무리가 부족했던 적이 많은 내 경험상, 이것 만큼은 꼭 마무리 짓고 싶었다. 시간이 좀 남는 주말마다 기억을 되살려서, 사진과 남겨놓았던 메모를 보며.. 그 때 느꼈던 기분과 했던 생각들. 다시 정리하고 기록으로 꼭 남기고 싶다. 일단 출타 나가서 노트북에 있는 사진들을 업로드 및 정리 해야지.